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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잔인한 D

DATE : 2016-10-16 00:00:20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그림자가 보일라♪"

달동네의 구석진 마을 주막. 잔뜩 흐트러진 거지꼴의 남성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짐을 펼친다. 흘러나오는 동요의 선율은 그의 것옽을 펴고 머리를 깔끔히 넘겨갔다. 듣다보면 조금 소름이 돋는 느낌의 노래가락이 주모의 발걸음에 멈추었을 즈음- 거지꼴의 남자는 그새 어디 서울 증권가 한복판을 걸어다닐듯한 말끔한 청년으로 탈바꿈해있었다.

"아이고, 아까 들어온 그 총각 맞소? 우째 그리 말끔해졌어? 몰라보겄네."
"좀 서두르느라요. 방은 정말 편하네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인사성 밝은 청년은 부드럽게 눈웃음쳤다. 아주머니는 이내 맞 인심좋은 웃음을 웃어보이고는, 푹 쉬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고 돌아갔다.

[정말 참한 젊은이야. 우리 딸애 사위삼았으면 싶네.]
"아가, 어떠니?"

하며 아주머니는- 창가의 사진을 향하여 빙그레 속웃음쳤다. 젊은 아주머니의 곁에 기대고 해맑게 웃는 주홍머리의 여자아이. 그 사진은- 아이가 기숙학교에 입학해 서울로 상경하기 전 찍었던 마지막 사진이었다. 그녀의 딸아이는 상경한지 얼마 후 실종되었다- 그러나 무소식은 희소식이라. 그녀는 그저 딸아이가 어딘가에서 행복히 살다가 이번 명절에라도 꼭 찾아오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딸아이와 함께 먹곤했던 쿠키를 구웠다. 삐걱- 삐걱. 마룻바닥 소리에 고개를 돌아보자 청년이 빙그레 웃어보였다.

"맛있는냄새가 나길래 궁금하여 와보았습니다. 쿠키…인가요?"

청년은 조용히 쿠키를 바라보며 미묘한 웃음을 띄워올렸다. 아주머니는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웃으며 쿠키 하나를 집어 건냈다. 청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이내 웃으며 받아 한입 물었다.

"아아, 감사합니다. 헌데 제가 먹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딸아이분의 쿠키가 아닌가요? 죽은 분의 것을 뺏어먹어도 되는건지.. "

청년의 시선은- 창가의 사진 아래 수북히 쌓인 과자들에 멈추어있었다. 아니- 어쩌면 사진에? 아주머니는 청년의 시선을 따라가 영문을 파악하고는 싱긋 웃으며 쿠키 한 봉지를 사진 옆에 내려놓고, 자신도 하나 입에 물며 쿠키 접시를 청년에게 밀았다.

"죽은 아이는 아니니까 걱정말고 드시게. 멀리 배우러 떠나서는 연락이 없어 주소도 몰라 보내질 못할뿐이란다."
"죽지, 않았나요."

어릴땐 늘 장난이 가득한 편지를 보내주던 아이였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친구와 노는 이야기뿐이더니- 점점 뜸해지고 이내 끊기고 말았었다. 겨우 오개월만에 연락이 끊겨버린 그 아이는…서울 어딘가에 살고 있울까?

"아아,학생 혹시 서울에서 왔는가? 우리 딸애도 서울에 갔는데…"
"아아, 방금건 실례했습니다. 네, 서울에서 내려왔답니다. 딸아이분은 으음. 글쎄요. 본적이 없는것같아요. 죄송합니다."

역시나인가, 하며 아주머니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죽었다는 기별이 안오는게 어디인가. 청년에게 괜찮다, 웃으며 과자 하나를 베어물고 아직도 먹지 않던 청년에게 우유 한 컵을 건내며 웃어보였다. 이내 청년은 빙긋 웃으며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여보이더니 우유를 받아들고 과자를 한 입 베어물었다. 우유를 한 모굼 들이키며- 청년은 미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고소하네요. 마치, 어릴 적에 먹어본것같은 맛이에요. 정말, 행복한…맛이네요."
"학생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네. 얼마던지 더 먹어, 많이 구웠으니."

청년은 우유와 함께 쿠키 하나를 먹고는- 이만하면 괜찮다며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년이 떠난 자리- 하루일과를 마치고 쇼파에 앉아 꾸벅이는 아주머니 앞에 켜진 테레비에서- 방금의 그 청년이 사람좋게 웃고있었다. 그 아래- 흘러가는 자막은-

[ …의 아들 연쇄살인범 D군. 아직도 잡히지 않아…]

다음날 아침, 길을 나설 채비를 한 청년을 마주하고 아주머니는 아침인 샌드위치를 호일에 싸서 청년에게 건냈다

"벌써 가는거니? 이건 챙겨가서 먹고."
"하하,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 하루 정말 편안히 쉬었다갑니다."

청년은 예의바르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샌드위치를 받아 가방안에 넣고 그가 발걸음을 돌리자- 아주머니는 아쉽다는듯 문에 기대어 웃었다

"다음에 또 오렴! 주책맞은 소리지만 이 아줌마가 네가 맘에 든단다. 우리 딸도 좋아할것같고.. "

어주머니의 말에 가던 발걸음을 궂이 멈춘 청년은 그대로 몸을 돌려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묘한 웃음을 빙긋 웃어보였다

"....저도 따님이 맘에 드네요"

무언가 지금까지와 다른 느낌의 말투로, 마지막 그 한마디를 남기곤 청년은 멀리 사라져갔다.

B.T After story

Writer : Noxy

Beariceterra Warriors fancafe- My Cha'z after story.